I. 서론
소득세는 개인의 담세력에 응한 응능부담을 본질로 하므로, ‘누구의 소득인가’라는 귀속 판단은 과세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그러나 거래 현실에서는 명의자와 실질귀속자가 분리되는 경우(차명거래, 명의신탁, 도관회사 활용 등)가 빈번하며, 이때 형식적 명의에 따라 과세할 것인지, 실질귀속자를 추적하여 과세할 것인지의 선택이 문제된다.
「국세기본법」제14조 제1항은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실질귀속자 과세원칙을 천명하고, 「소득세법」제2조의2 제1항도 동일한 취지를 확인한다. 본 답안은 ① 실질과세원칙의 법적 성격과 적용요건, ② 소득귀속 판단의 구체적 기준, ③ 적용한계와 조세회피 부인 법리를 차례로 검토한 후, ④ 최근 판례 동향을 통해 통설·판례의 입장을 종합한다.
II. 실질과세원칙의 법적 성격과 규범적 근거
1. 실질의 의미 — 법적 실질설(통설·판례)
실질과세원칙의 ‘실질’에 관하여 학설은 ⑴ 경제적 실질설(거래의 경제적 효과를 기준)과 ⑵ 법적 실질설(사법(私法)상 법률관계의 진정한 모습을 기준)이 대립한다.
통설·판례는 법적 실질설을 기본으로 하되 조세회피 사안에서는 경제적 실질을 보충적으로 고려하는 절충적 입장을 취한다. 대법원 2012.1.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은 “실질과세의 원칙은 비록 형식이나 외관이 조세법규의 적용에 부합하는 듯이 보일지라도 그 실질이 조세법규가 예정한 귀속자나 거래에 해당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조세법규를 그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헌법상의 평등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라고 판시하여 실질과세원칙의 헌법적 정당성을 확인하였다.
2. 조세법률주의와의 관계
엄격해석 원칙(조세법률주의)과 실질과세원칙은 일견 충돌하는 듯하나, 위 전합판결은 “실질과세의 원칙은 조세법률주의와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세법률주의의 한계 내에서 그 이념을 실현하는 보완적 원리”라고 명확히 정리하였다. 즉 실질과세원칙은 명문 규정이 없는 영역에서 자유로운 사실인정을 허용하는 백지수표가 아니라, 「국세기본법」제14조라는 실정법적 근거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통설이다.
III. 소득귀속 판단의 구체적 기준
1. 「소득세법」제2조의2 제1항과 「국세기본법」제14조 제1항의 적용
소득의 귀속 판단은 ① 수익의 사실상 지배·관리·처분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② 그 수익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보상(risk and reward)을 누가 부담하는가를 종합하여 판단한다.
대법원 2014.5.16. 선고 2011두9935 판결은 차명계좌 이자소득의 귀속에 관하여 “금융소득의 실질귀속자는 그 금융자산을 사실상 지배·관리하면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그 수익을 향수하는 자를 말하며, 단순히 금융기관에 대한 명의자라는 사정만으로는 실질귀속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차명거래의 경우
차명거래에서 명의자가 형식상 권리자라는 점만으로는 소득귀속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제3조상의 명의자 추정과 충돌이 문제된다. 대법원 2017.5.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은 “금융실명법은 사법상 권리귀속 추정을 정한 것이지 조세법상 실질귀속자 판단까지 구속하는 것은 아니므로, 과세관청이 차명계좌의 실질귀속자를 입증한 경우에는 명의자가 아닌 실질귀속자에게 과세할 수 있다”는 취지로 정리하였다.
3. 명의신탁 부동산의 양도소득
명의수탁자가 매도하여 매매대금을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킨 경우, 양도소득의 귀속자는 신탁자이다. 대법원 1997.10.10. 선고 96누6387 판결 이래 일관되게 “명의신탁 부동산의 양도로 인한 양도소득은 양도의 주체이자 그 대가를 사실상 지배·관리·처분할 수 있는 자에게 귀속되며, 명의수탁자는 단순한 등기명의인에 불과하므로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4. 사업소득의 귀속 — 경영주체 기준
공동사업·차명사업의 경우 사업소득은 사업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고 손익을 향수하는 자에게 귀속된다. 「소득세법」제43조 제3항(공동사업합산과세 특례)은 거주자 1인과 특수관계인이 공동사업자로 등재된 경우 손익분배비율을 허위로 정한 사실 등이 인정되면 손익분배비율이 큰 공동사업자의 소득금액으로 보아 합산과세하도록 한다. 이는 가족명의 분산을 통한 누진세율 회피를 차단하는 실질과세의 입법적 구현이다.
IV. 실질과세원칙의 적용한계 — 조세회피 부인의 요건
1. 「국세기본법」제14조 제3항의 단계거래원칙
2007년 신설된 동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2017.12.22. 선고 2017두57516 판결(라살레 사건 후속)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적용하여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형식이 조세회피의 목적에서 비롯되었고, 그 경제적 실질이 과세요건사실에 부합하는 단일거래에 해당한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조세회피목적성과 경제적 실질 일치성을 요건으로 명시하였다.
2. 한계 — 사적자치와 조세계획의 자유
대법원 2017.1.25. 선고 2015두3270 판결은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며, 실질과세원칙을 들어 납세의무자의 거래 또는 행위를 함부로 재구성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조세회피 의도가 입증되지 않은 통상적 거래선택에는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며,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
3. 도관회사 부인 — 국제거래에의 적용
이른바 ‘TMW 사건’으로 불리는 대법원 2012.4.26. 선고 2010두11948 판결은 “외국법인이 국내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의 실질귀속자를 판단함에 있어 명목회사(conduit)는 그 배당소득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리·처분권이 없고, 단지 도관에 불과하다면 그 배경에 있는 실질귀속자를 기준으로 조세조약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조세조약 적용 단계에서도 실질과세원칙이 작동함을 확인하였다.
V. 결론
소득의 귀속은 형식적 명의가 아니라 수익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리·처분권과 위험·보상의 귀속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이는 「국세기본법」제14조 및 「소득세법」제2조의2 제1항이 명문화한 실질과세원칙의 핵심 내용이다.
다만 실질과세원칙은 ① 조세법률주의의 한계 내에서 작동하는 보완적 원리로서 ② 거래형식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되 ③ 조세회피목적과 경제적 실질의 괴리가 입증된 경우에 한해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세관청의 자의적 확장해석을 견제한다.
실무적 함의로는, ① 차명·명의신탁 거래 시 자금원천과 처분권 행사주체에 관한 객관적 증거 확보가 분쟁의 핵심이며, ② 거래구조 설계 시 「국세기본법」제14조 제3항의 단계거래원칙 적용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여야 하고, ③ 국제거래에서는 수익적 소유자(beneficial owner) 개념과의 정합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실질과세원칙은 응능부담원칙의 구현이자 조세정의의 최후의 보루로서, 그 운용에는 법적 안정성과 조세형평이라는 두 가치의 균형이 요구된다.